장르 입문
시티팝,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하나
사십 년 전 일본의 도시 음악이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 경로를 알면 듣는 순서도 잡힙니다.
2026.09.06
한 장르가 사십 년 만에 다시 들리게 된 경로치고는 이상합니다. 평론가가 재평가한 것도 아니고 대대적인 재발매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통로가 된 것은 영상 플랫폼의 자동 추천이었습니다.
2010년대 후반에 마리야 타케우치의 곡 하나가 추천 목록에 대량으로 걸리면서 일본 밖의 청자들에게 닿았습니다. 앨범 표지의 그림, 지금은 없는 시대의 소리, 자막 없는 가사가 한 덩어리로 묶여서 하나의 분위기로 소비됐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
그러니까 이 유행은 향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 옛날 음악을 다시 꺼낸 것이 아니라, 겪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 듣는 소리로 받아들인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시티팝은 기억이 아니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소비된 장르입니다.
이 점을 알고 들어가면 시대적 배경을 공부한 뒤에 들어야 제대로 듣는 것이라는 부담이 사라집니다. 이 장르를 다시 들리게 만든 청자들부터가 그 배경을 모른 채로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어떤 소리인가
시티팝은 대체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의 한 갈래를 가리킵니다. 당시에 이 이름으로 묶여 있던 장르라기보다 나중에 붙은 이름에 가깝습니다.
소리의 특징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미국의 소울, 펑크, 소프트 록, 재즈 화성을 흡수했고 연주가 정교합니다. 세션 연주자들의 기량이 높았고 녹음에 돈과 시간을 들일 수 있던 시기라 소리가 두껍고 깔끔합니다. 가사에는 도시의 풍경이 자주 나옵니다. 밤, 해안 도로, 창밖, 여름, 그리고 대체로 조금 쓸쓸한 연애. 호황기의 여유와 그 안의 공허가 같이 들어 있는 것이 이 음악의 정서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세 개쯤 있다
**첫째, 대표곡부터.** 가장 널리 알려진 몇 곡으로 시작하면 이 장르의 기본 문법이 잡힙니다. 화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베이스가 얼마나 앞에 나오는지, 목소리를 어느 정도 거리에 두는지가 몇 곡이면 감이 옵니다.
**둘째, 편곡자와 연주자를 따라서.** 이 시대 음악의 특징은 같은 사람들이 여러 앨범에 반복해서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마음에 든 곡의 크레딧을 보고 편곡자나 베이시스트 이름으로 건너가면 결이 비슷한 것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장르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셋째, 지금의 시티팝에서 거꾸로.** 이 소리를 참고해 만든 최근 곡들이 국내외에 꽤 있습니다. 현대적인 녹음이라 처음 듣기에 부담이 적고, 거기서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옛 녹음의 질감이 오히려 새롭게 들립니다.
가사를 몰라도 손해가 적은 이유
소리 중심으로 듣는 쪽에 특히 잘 맞습니다. 이 장르의 값어치가 편곡과 연주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스 라인 하나, 코드 하나가 계속 귀에 걸립니다. 소리의 온도를 잔잔한 쪽으로 맞추는 사람에게도 맞습니다. 밀도는 있는데 몰아치지 않고 끝까지 여유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가사에 먼저 반응하는 쪽은 언어의 벽을 한 번 넘어야 합니다. 번역을 찾아 한 번 읽고 다시 들으면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도시의 밤이라는 배경이 훨씬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문법을 잡고 옆으로 넓히기
시티팝은 사십 년 전 다른 나라의 음악인데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소리가 깔끔하고 구조가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몇 곡으로 문법을 잡고, 크레딧을 따라 옆으로 넓히는 것. 이 두 단계면 대체로 자기 목록이 만들어집니다.
Written By
Joon
음악을 듣는 습관을 네 개의 축으로 나눠 16유형으로 정리하고, 이 사이트의 유형 해설과 읽을거리를 직접 씁니다. 축을 나눈 기준과 문항 설계 방식은 소개 페이지에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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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테스트는 오락 목적이며 과학적·심리학적 진단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