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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심리

추천 알고리즘은 취향을 넓히는가 좁히는가

스포티파이 자체 연구가 답을 내놨습니다. 알고리즘이 짜 준 청취는 직접 고른 청취보다 덜 다양했습니다.

2026.09.06

새 곡은 계속 들어오는데 왜 듣는 음악의 폭은 그대로일까요?

스트리밍 앱은 매주 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 보면 넓어진 느낌이 없습니다. 새 곡은 분명히 늘었는데 다 비슷한 자리에 있습니다.

추천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추천이 하도록 만들어진 일을 정확히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짐작이 아니라 서비스 쪽에서 먼저 공개해 둔 내용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세 가지를 직접 열어 확인했습니다. 스포티파이 연구팀이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분석, 스포티파이 개인화 총괄이 뉴스룸에 쓴 설명, 그리고 유튜브 고객센터의 추천 안내 문서입니다. 업계 해설이나 요약 기사가 아니라 만드는 쪽이 자기 이름으로 낸 문서만 골랐습니다. 아래 숫자와 문장은 전부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만드는 쪽이 설명한 원리

스포티파이 개인화 총괄이 2021년에 회사 뉴스룸에 올린 설명이 간결합니다. 두 사람의 상위 아티스트 네 명이 겹치고 다섯 번째만 다르면, 서로의 다섯 번째를 상대에게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한 쌍이 아니라 수백만 쌍 규모로 동시에 돌립니다. 같은 글에 따르면 검색, 재생, 좋아요를 합쳐 하루 5,000억 건의 이벤트가 이 판단에 들어갑니다.

이 방식을 협업 필터링이라고 부릅니다. 곡의 내용을 분석하지 않고도 잘 맞는 것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강력합니다. 동시에 한계가 구조에 박혀 있습니다. 가져올 수 있는 건 언제나 내가 이미 서 있는 자리의 이웃입니다. A를 좋아하면 A 근처의 B를, B를 들으면 B 근처의 C를 줍니다. 한 걸음씩은 새로운데 걸음의 출발점이 늘 지금 자리입니다.

유튜브도 신호를 공개해 두었습니다. 고객센터 문서는 홈 화면 추천이 주로 시청 기록에 의존하고, 다음에 볼 영상을 고를 때는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주 신호라고 적고 있습니다. 시스템 전체가 800억 개가 넘는 신호를 쓴다고도 밝혀 두었습니다. 여기서도 출발점은 방금 내가 한 행동입니다.

두 서비스의 문서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보다 공통점이 먼저 보입니다. 어느 쪽도 "이 곡이 좋은 곡인가"를 묻지 않습니다. 묻는 것은 "이 사람이 다음에 이걸 재생할 것인가"입니다. 음악의 가치를 판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장치이고, 그 예측의 재료는 전부 과거의 행동입니다.

특히 유튜브 문서가 밝힌 두 번째 항목은 곱씹을 만합니다. 다음 재생을 고를 때 주 신호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라면, 한 곡을 틀고 자동 재생에 맡기는 습관은 그 곡의 이웃만 계속 파는 일이 됩니다. 한 번 잘못 들어간 구역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됐는가

원리만 보면 좁아질 것 같지만, 그건 추론입니다. 실제로 측정한 자료가 따로 있습니다.

스포티파이 연구팀이 2020년 웹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분석이 그것입니다. 프리미엄 사용자 약 1억 명의 청취 기록을 대상으로 두 종류의 청취를 갈라 비교했습니다. 하나는 사용자가 직접 찾아 튼 청취,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이 짜 준 목록을 통한 청취입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에게서 직접 고른 청취가 더 다양했고, 알고리즘이 짜 준 청취가 덜 다양했습니다. 넓히는 쪽은 사람이었고 좁히는 쪽은 추천이었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가 더 눈에 띕니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다양성이 늘어난 사용자들을 따로 보니, 대체로 자기 컬렉션을 더 많이 들어서 그렇게 된 경우였습니다. 추천을 더 많이 받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추천이 누구에게 더 잘 듣는가

같은 연구에 이번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운 대목이 있습니다. 개인화 추천은 폭이 좁은 청취자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폭이 넓은 청취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유용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취향이 한 구역에 모여 있으면 이웃을 찾기 쉽습니다. 반대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비슷한 사람"을 찾는 일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알고리즘이 잘 맞는다고 느낀다면 그건 추천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찾기 쉬운 모양을 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연구는 다양하게 듣는 사용자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할 확률이 25퍼센트포인트 높고, 이탈률은 10~20퍼센트포인트 낮았다고도 보고합니다. 서비스 입장에서도 사용자가 넓게 듣는 편이 이득이라는 뜻입니다. 좁히는 것이 회사의 의도라는 식의 설명은 이 수치와 맞지 않습니다.

의도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실제로 스포티파이 쪽은 좁히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말합니다. 앞의 뉴스룸 글에서 개인화 총괄은, 앱에 3분 더 붙들어 두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냥 좋아하는 곡을 틀어 주면 되지만 그러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지겨워질 거라고 적었습니다. 짧은 클릭이 아니라 장기 만족을 목표로 삼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측정 결과는 알고리즘 쪽이 덜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의도와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웃에서 출발하는 방식은 목표를 어떻게 잡든 이웃부터 채웁니다.

그래서 추천만 따라가면 취향이 좁아진다기보다 한 방향으로 깊어집니다. 이건 나쁘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넓어지는 것과는 다른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발굴형에게 생기는 착시

새로운 것을 찾아 듣는 성향이라면 추천이 특히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매주 처음 듣는 곡이 수십 개씩 들어오니까요.

그런데 새 곡의 수와 새 방향의 수는 다릅니다. 같은 결의 처음 듣는 곡을 백 곡 듣는 것과 결이 다른 곡을 두 곡 듣는 것 중 취향을 넓히는 건 후자입니다. 발굴형일수록 이 착시에 빠지기 쉽습니다. 발굴하고 있다는 감각은 있는데 실제로는 같은 구역을 돌고 있는 상태입니다.

위 연구가 "폭이 좁은 청취자에게 더 잘 듣는다"고 한 대목을 여기 겹쳐 보면 조금 서늘합니다. 추천이 잘 맞는다는 느낌 자체가 내가 좁은 구역에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반복 재생형은 추천을 잘 안 쓰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덜 겪습니다. 대신 아예 안 넓어지는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두 도구를 섞어 쓰는 법

넓히고 싶다면 추천이 아닌 통로를 하나쯤 열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내 청취 기록과 무관한 곳이어야 합니다. 기록에서 출발하는 순간 그건 다시 이웃 찾기가 됩니다.

사람이 고른 목록이 가장 간단합니다. 라디오, 매체의 선정 목록, 특정 레이블이 내는 것들. 취향이 뚜렷한 한 사람의 목록은 알고리즘과 달리 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게 장점입니다.

곡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곡의 크레딧에서 프로듀서나 세션 연주자 이름을 찾아 그 사람이 참여한 다른 작업으로 건너가는 식입니다. 장르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아서 알고리즘이 잘 못 하는 이동을 만들어 줍니다.

자기 컬렉션을 다시 파는 것도 방법입니다. 앞의 연구에서 다양성이 늘어난 사람들이 실제로 한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오래된 앨범을 순서대로 통째로 듣는 일이 새 추천을 받는 일보다 폭에 기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하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 근처를 촘촘하게 채워 줍니다. 넓히는 일에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고, 둘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몇 년 뒤의 취향이 달라집니다.

Sources

참고 자료

Written By

Joon

음악을 듣는 습관을 네 개의 축으로 나눠 16유형으로 정리하고, 이 사이트의 유형 해설과 읽을거리를 직접 씁니다. 축을 나눈 기준과 문항 설계 방식은 소개 페이지에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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